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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들어보지 못한 소리샘

2024.10.18(금) 롯데콘서트홀 20시

정명훈 지휘 KBS교향악단

1부
베토벤 트리플 콘체르토(바이올린 김수연 첼로 한재민 피아노 정명훈)

앙코르: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no.4 op.11 2악장 아다지오

2부
포레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라벨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앙코르: 다클 피날레 한 번 더

프랑스 음악으로 이루어진 2부

그동안 들어보지 못한 소리샘의 발견이었다

관현악의 눈부신 광채와 찬란한 색감에

잠자던 세포가 살아나는 것 같았다

음원으로 들어보긴 했으나 실연의 감동은 역시 대단하구나

포레 곡에서 플루트의 개인기와

잘 조절된 호른 등 목관이 순조롭게 활약했고

편성이 어마어마하게 확대된 라벨 곡에선

모든 파트가 신선하게 약동하는 가운데

신묘한 관악기들, 다채로운 타악기들까지 가세하여

폭발적인 피날레로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

다시 들어보는

포레 펠레아스와 멜리장드 모음곡

1곡 전주곡

2곡 실 잣는 여인

3곡 시칠리안느

4곡 멜리장드의 죽음

언제 어디를 찾아 읽어도

두 저자의 식견과 통찰력과 위트에 감탄하게 되는

롤랑 마뉘엘과 나디아 타그린의 대담 <음악의 기쁨> 중

포레 일부를 발췌해 본다 요점만 가져오려다가

늘 그렇듯 두 분 대화가 재미있어 줄줄 옮겨 적었다

프랑스 국뽕은 감안해야 한다

*
r.m 포레는 순수한 프랑스 음악 계보에서 극음악에 치중하지 않았던 최초의 인물입니다. 포레를 통해서 프랑스 음악은 비로소 아카데미즘의 길을 빌리지 않고도 순수음악의 규범에 제 언어를 길들일 수 있었지요.

*
r.m 실제로 포레의 작품들에는 예상 밖의 대담한 수법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죠.

n.t 튀려고 들지 말고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조심스러운 우아함을 반영할 것, 이 지침을 따르는 것이 프랑스적인 재주죠.

r.m 맞아요. 하지만 조심성은 찬사를 받되 보상은 받지 못하는 미덕들 중 하나죠. 지난번에 나디아도 포레의 독창성은 인상적으로 확 두드러지지 않지만 참되다고 말했었지요.

n.t 그래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그의 독창성을 알아보지 못하나봐요.

r.m 최소한 포레의 독창성을 피상적으로만 포착하고 피상적으로만 판단하는 이들이 많은 것만은 사실이죠. 포레의 예술은 간결한 세련미와 다소 유약한 우아함을 결합시키고, 자신의 진실을 위압적으로 강요하기보다는 은근히 침투시키죠. 상대가 자신과 닮기를, 척 하면 알아듣기를 요구하는 음악이랄까.

n.t 항상 놀랍게 여겼던 부분이 슬슬 이해가 가네요. 저는 항상 이 정도의 음악이 왜 프랑스 국경을 넘어가면 힘을 쓰지 못할까 의아해했거든요.

r.m 프랑스 밖에서 포레가 받는 대접이 프랑스에서 브람스가 받는 대접과 비슷하다는 생각, 해봤어요? 브람스를 대가로 인정하는 곳에서는 포레를 무시하는 것이 원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걸요.

n.t 그 역도 성립이 되고요.

r.m 그렇죠. 두 사람의 개성은 양립 불가능하고 상호보완적이기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독창성으로 의표를 찌르겠다는 계산은 없습니다. 브람스의 고상하고 깊이 있는 창의성이 프랑스에서는 따분하다는 평가를 듣지요. 포레의 가볍고 정묘한 대담성이 외국에서는 경박하다는 비난을 듣고요. 독일 영국 러시아에서는 포레를 살롱 음악가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n.t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r.m 포레의 매력이 소리 없이 전개되듯 파도처럼 자꾸만 달아나며 불안정성에서 기쁨을 얻는 음악의 미궁 속까지 들어가보지 않는 이들은 그의 대담성을 포착하지 못해요. 한번은 포레와 친했던 뒤카 선생이 내게 이런 말을 했죠. “포레는 작곡의 기쁨과 전조의 쾌감을 기꺼이 혼동하지.”

n.t 달리 말하자면 항상 허를 찌르면서도 표 나지 않게 조를 바꾸어 가면서 돌아다니는 정묘한 놀이와 작곡의 기쁨을 뒤섞기 좋아하는군요.

다시 들어보는

라벨 발레음악 다프니스와 클로에 모음곡 2번

1곡 해돋이

2곡 판토마임

3곡 일동의 춤

이 연주엔 합창도 포함되었다

몇 년 전 도쿄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본

밀레의, 봄: 다프니스와 클로에

다프니스와 클로에 1912년 파리 초연 당시 세트디자인

끝으로

1부 앙코르로 연주된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no.4 op.11 2악장 아다지오를 다시 들어본다

베토벤의 2악장들.. 어쩜 하나같이

이토록 아름다워 심금을 울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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