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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후기

2024.10.4(금)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오후 7시30분

베니스에서 온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

정명훈 지휘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공연

콘서트 형식이어서

무대 위의 정샘 지휘를 볼 수 있어 좋았고

비올레타 역의 소프라노가 예뻐서 다행이었다

얼마 전 산토리홀에서 본 베르디 맥베스의 임팩트가 강했기에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라 트라비아타가 조금은 평범하게 느껴져

음악에 몰입하기보다.. 라 트라비아타와 관련한

개인적인 추억이랄까 공상이 산만하게 오갔는데..

교직 생활을 막 시작한 언북중학교 시절

친구 연승이가 삼성역 부근에 음반 가게를 냈었다

논현동에서 삼성동이 멀지 않아

퇴근길에 자주 들락거리던 어느 날 연승이가

주향아 이거 한번 들어봐

난 이게 너무 좋아서 계속 수십 번도 더 들어, 하며

건네준 것이 파바로티와 서덜랜드가 나오는

라 트라비아타 공연 하이라이트 음반이었다

연승이의 진심 어린 추천에 처음으로 각을 잡고 들으며

축배의 노래나 프로벤자 내 고향으로 같은, 잘 알려진 주요 아리아 말고도

어쩜 1막 전주곡에서부터 모든 곡이 이토록 고르게 다 좋을 수가!

탄복하며 이 오페라의 전모에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되었다

몇 년 후 연승이는 매장을 접었다

라 트라비아타에 대한 최초의 기억도 있다

때는 70년대.. 초등학교 시절

등교하면 소년한국일보인지 소년조선일보인지

어린이신문을 나눠 주곤 했다 구독 신청자에게만 해당되었던가 아무튼,

신문에서 내가 늘 재밌게 본 것은 만화 속 숨은그림찾기였는데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나

이원복 씨 그림체 같았던 그 만화의 내용은

한때 서양오페라 시리즈였던 듯하다

이를테면 세빌리아의 이발사라든가,

춘희라는 번안 제목을 달고 있었을지도 모를 라 트라비아타

거기서 나는 비올레타와 알프레도라는

한없이 서구적인 먼나라의 이름을 알게 되었고

짧게 요약된 그날의 그림내용을 숙지한 후 그림으로 들어가

북두칠성이니 국자니 곰방대니 머리빗이니 따위를 찾느라 바빴다..

불현듯 기억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70년대 소년신문 어린이신문 만화 속 숨은그림찾기 등등으로

검색을 해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그 시절 심취한

이원복 씨의 사랑의 학원 같은, 만화로 된 두툼한 미담집도

위키에서 검색되고 꿀벌해치의모험 서부소년차돌이 같은 만화영화도

찾으면 다 나오는 요즘 세상에 왜 이게 없는지..

2024.10.5(토)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오후 5시

라 페니체 오케스트라

정명훈 지휘

1부
베르디 운명의 힘 서곡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피아노 김선욱)

앙코르: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16번 2악장 안단테

2부
프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발췌

앙코르: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간주곡과 윌리엄텔 서곡 피날레

이날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정샘 지휘는 여느 때보다

오케스트라를 날카롭게 깎아내 사운드가 날렵했다

운명의 힘 서곡을 들으면서 올해가 가기 전

베르디의 운명의 힘과 시칠리아의 저녁 기도를 꼭

제대로 들어보리라 다짐했으며..

한 짐 내려놓은 듯한 김선욱의 모차르트 연주는

오늘따라 감명 깊었다

데뷔 때부터 중년의 얼굴을 하고 있었던 김선욱

이제 진짜 중년이 되어가니 더 멋있다

프로코피에프의 발레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에선

열 곡이 발췌 연주되었는데

분기점이 되는 곡은 역시 티볼트의 죽음

20여 년 전 정샘이 어느 공연에서 앙코르로 이 곡을 들려주셨을 때

클래식의 폭발은 가히 헤비메탈이로구나 싶었던 그 곡

그후 서울시향과 국립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도 들었던 그 곡

격렬하게 휘몰아치다가 로미오의 칼에 찔려 티볼트가 죽어가는 절정에서

수차례의 팀파니 타격으로 듣는 이를 가슴 졸이게 하는,

들을 때마다 압도되어 머릿속이 폭발할 것 같은 그 곡이다

아홉 번째 곡이었나 줄리엣 무덤 앞의 로미오 장면에서

로미오의 비통한 마음과 처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정샘이

과거 첼리비다케처럼 으르렁으르렁하는 기합소리로

단원들의 집중력을 끌어올리던 모습 또한 너무나 강렬했다

티볼트의 죽음 19분 28초 경

2015 라디오프랑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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