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
- 음악 취향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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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프라하의 봄] 영화와 음악_1995.8.27

1995.8.27
하이텔 게시글

[프라하의 봄] 마지막 20여분간은 참으로 따뜻하고 평화롭다
경직된 사회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는 테레사는
어디론가 떠나기를 원하고 토마스는 그녀를
시골의 한 농가로 데려가 전원 생활을 시작한다
바람둥이 토마스는 자연 속에 호흡하며 노동의 삶을 살게 되면서
비로소 건실함을 회복한다 테레사의 미소는 그 어느 때보다도 환하다
그들의 사고와 죽음 소식은 스위스에 머물고 있던
사비나가 받아 보는 편지에서 먼저 드러나고 그 장면 이후에
죽음 장면이 이어지며 영화는 끝난다

마을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다음 날 트럭을 타고 돌아오는 숲길에서 사이좋은 두 사람..
테레사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죠?"라고 묻자
토마스는 "난 참 행복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시점으로 전경의 숲길이 비추인다
포근한 빗속의 차창 밖으로 난 길, 그 길은
그대로 고요하고 아늑한 죽음의 길이 된다
짧았던 행복의 절정에서 맞는 갑작스런 죽음
어찌 보면 한없이 행복한 죽음
소란스럽지 않은 죽음
깃털같이 가벼운 죽음

영화의 인상을 지배하는 몇 가지가 있다

이후 책을 읽으면서
더이상의 토마스를 상상할 수 없게 만든 주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색기와 예민한 지성,
[나쁜 피]와 더불어 가장 순결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줄리엣 비노쉬, 자유인 사비나 역의 레나 올린

촬영

그리고 야나체크의 사랑스럽고 시적인 실내악들로만 꾸며진 음악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 들이 따로 또 같이 어울리며
생의 한 순간, 감정의 파문과 긴 여운,
눈을 크게 떠 보면 어느새 지나가 버린 것들,
말해질 수 없는 것들을 섬세하게 표현해 낸다
이 영화에서 밀란 쿤데라의 원작이 가지는 소설적 리듬이나 정서가
가장 잘 채색된 요소라면 바로 이 음악들 아닐까

영화에 나온 곡은
체코 민요와 체코 여가수가 부른 '헤이 주드' 외에
야나체크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현악 4중주> <스트링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원시곡> 등에
들어 있는 곡들이다

일요일 오전, 비 끝에 듣는 이 곡들이
어지러웠던 공간을 평정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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