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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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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베토벤 교향곡 9번 1악장에 대하여_바그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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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들을 때마다
점점 1악장의 위대함을 느낀다
산다는 것은 끝나지 않는 거대한 압박에 대한
산발적인, 맹렬한 투쟁임을
베토벤다운 극도로 타이트한 음악적 구조로 표현했다
삶의 은유로 요새 이만큼 설득력 있는 음악은 생각나지 않는다
브람스 교향곡 1번 1악장 정도가 그 다음?
그 브람스도 이 베토벤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 리가!
바그너는 드레스덴 궁정 오페라 극장의 카펠마이스터로
1846년에 베토벤 교향곡 9번을 지휘하였다
당시 드레스덴 청중을 위해 바그너가 직접
<파우스트> 구절을 인용해 가며 악장별로 설명한
프로그램 가운데 1악장 부분을
최근 읽은 이 책에서 발췌해 적어보았다
이 책에는 또한 베토벤에 대한 바그너의 사모와 숭배를 엿볼 수 있는
<베토벤 순례>라는 단편소설, 그리고 바그너가 1870년
베토벤 탄생 100주년에 쓴 기나긴 베토벤 에세이가 들어있다
당대 바그너가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비평적으로도
영향력 있는 논객이었음은 알고 있었지만 이런저런 그의 저술을 접하니
그것도 상당히 모던한 논객이었다는 생각이 들고
책 전체에서 베토벤 음악에 감동한 마음의 에너지가 흠뻑 전해져 온다
p.62~64
1악장
첫 악장의 토대를 이루는 것은 우리 자신과 세상의 행복을 뒤흔들어 놓으려는 적대적인 힘의 압박에 맞서는 영혼의 투쟁, 기쁨을 갈망하는 영혼의 맹렬한 투쟁이다. 무언가를 은밀히 감추고 있던 장막이 한순간에 걷히듯 처음부터 주제가 적나라하고 강렬하게 등장하는데, 괴테의 말을 빌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곡의 전체적인 관점에서 봐도 그 말이 그리 터무니없어 보이진 않는다.
체념하고 살아라! 포기하라!
이 강력한 적에 대항하는 숭고한 저항을 느낄 수 있는데, 1악장 중간까지는 상대방과 점점 격해지는 싸움을 펼쳐나가는 항거의 남성적 에너지가 감지된다. 엎치락뒤치락하며 쉬지 않고 싸우는 힘센 격투 선수 둘을 보고 있는 듯하다. 스쳐 지나가는 짧은 순간에 우리는 우리를 향한 듯한 서글프고 달콤한 행복의 미소를 감지하는데, 우리가 그 미소를 차지하려고 노력하는 순간 상대방은 우리를 주저앉히고 그 위에 어둠의 날개를 펼친다. 멀리서 바라보려던 애정 어린 우리의 시선이 가려지고, 우리는 어둠의 품으로 빠져들어 기쁨을 앗아간 악에 대항하는 새로운 싸움, 용감한 저항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하여 이 경이로운 작품에서는 힘, 저항, 도전, 갈망, 희망, 성취, 새로운 상실, 새로운 노력, 반복되는 투쟁이 부단한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된다.
아침마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깨어나면,
쓰디쓴 눈물 흘리며 울고 싶어지는 것은,
하루가 다 지나도록 한 가지도,
단 한 가지 소망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며,
모든 쾌락의 예감조차도
완고한 트집으로 쪼그라들고,
가슴속에서 약동하는 창조의 열정도
오만 가지 세상일로 방해받기 때문이라네.
아아, 밤의 장막이 내려앉아도,
불안한 마음으로 자리에 누워야 하네.
여전히 안식을 얻지 못한 채,
온갖 사나운 꿈에 시달리기 때문이라네.
1악장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이 음울하고 슬픈 분위기는 점점 커져서 모든 것을 휘감아 버리고, 기쁨을 위해 신이 창조한 이 세계를 무서운 기세로 집어삼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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