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
- 음악 취향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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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롤랑 마뉘엘의 바그너에 대한 코멘트

보들레르
베를리오즈
알랭 바디우
롤랑 마뉘엘
어쩌다보니 바그너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견해가 이어지고 있다..


음악의 기쁨1~4
1947년 출간된 이 책의 유일한 흠이라면
저자명이 롤랑 마뉘엘 단독으로 표기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디아 타그린이 반드시 공동저자로 올라야 하는 책이다
나디아 없이 이 대담이 가능했으리라고 상상할 수가 없다

바그너에 대한 부분만 찾아보았다
트리스탄과 이졸데 위주로 언제나처럼
경이로운 식견을 자랑하는 위트 넘치는 대담
라이트모티프와 무한선율에 대한 간결명료한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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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기쁨3에서 발췌

r-m(롤랑 마뉘엘) 그런데 시인 바그너가 신화의 의미를 대본으로 표현했다면 음악가 바그너는 그 의미에 대단한 감정적 울림을 아찔하게 더했죠. 옛글은 암시하고 상상을 자극하기만 했지만 근대 악극은 모든 것을 말하고 그 이상을 구현합니다. 매혹적이면서도 치명적인 비탈길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거죠. 어떤 면에선 ‘반역하다, 곡해하다Trahir’라는 말이 바그너에게 들어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비밀을 누설했으니까요. 이 유려한 음악의 위력을 느껴보십시오. 아까 나디아가 떠올린 반음계적 화성의 테마는 결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음악적 이미지입니다.

n-t(나디아 타그린) 선생님, 오늘 결연한 바그너주의자처럼 말씀하시는 거 아세요?

r-m 나디아가 잘 알다시피 나는 절대로 결연한 바그너주의자가 아니죠. 그렇지만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과거와 오늘의 음악인들의 혈관 속에 흘려넣은 독약에 나라고 무감각하겠습니까.

n-t 어쨌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특별히 중요한 작품으로 생각하시는 거죠?

r-m 그 정도가 아닙니다. 나는 <트리스탄과 이졸데>가 서양음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클라우디오 몬테베르디의 <오르페오> 이후로 음악이 만난 가장 결정적이고 가장 괄목할 만한 계기라고 하겠어요.

n-t 게다가 위험한 계기고요.

r-m 구렁텅이로 빠질 만큼 위험하죠.

n-t 구렁텅이?

r-m 무조음악의 구렁텅이 말입니다.

n-t 어째서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r-m 이 음악의 유려하고 미끄러지는 듯한 특성은 언급했습니다만...

n-t 채울 수 없는 욕망의 상징 말이죠. 네, 그런데요?

r-m 음악을 끝없는 반음계적 미끄럼 장치에 올려놓다보니 선율이, 그리고 선율에 부응하는 화성까지도 발붙일 데 없이 계속 도망가게 됩니다. 이로써 이 기막힌 작품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조성 체계의 마지막 자원까지 다 끌어다 쓰고 마지막 저항까지 무너뜨리죠. 관행적으로도 그렇지만 우리는 이 작품을 전주곡과 작품 말미의 <이졸데의 사랑의 죽음>으로 요약해서 들을 수 있는데요. 그 두 곡을 합치면 정말로 악극 전체의 요약본 같습니다. 이 방대한 작품의 광적인 역동성이 마지막 열 소절에서 B장화음으로 해소됩니다.

n-t 완전협화음이죠?

r-m 완전협화음이죠. 복된 죽음의 상징이랄까요.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거대한 불완전협화음이 대단원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해결되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나타난 낭만파 최후의 구현에 경의를 표합시다. 우리는 여기서 낭만파가 마지막 힘까지 다 쏟아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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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기쁨4에서 발췌

r-m 바그너는 교향악의 도가니에 극을 융해시키려 했습니다. 이때부터 오페라는 아리아, 레치타티보, 중창, 혹은 합창을 인위적으로 이어붙인 결과가 아닙니다. 아니, 아예 오페라는 사라지고 노래가 있는 거대한 교향시가 등장하게 됐다고 할까요.

n-t 저 유명한 라이트모티프와 무한선율은 거기서 무슨 역할을 하는데요?

r-m 라이트모티프와 무한선율은 악극의 교향악적 형식을 책임지는 요소들이죠.

n-t 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요.

r-m 형식을 말한다는 것은 다양성 속의 통일성을 말하는 겁니다. 다양성은 각각의 인물, 개념, 대상에 부여된 라이트모티프들이 제공해주죠. 마치 호메로스의 인물마다 다양한 수식어가 관용적으로 따라붙듯이, 어떤 존재 혹은 대상을 알아볼 수 있게 하는 신호 같은 거죠. 한편, 바그너가 무한선율이라고 불렀던 것은 통일성을 담보합니다. 다시 말해 선율이 영원한 생성 상태에 있어서 리듬의 틀을 벗어나기도 하고 끊임없는 전조에 휩쓸리기도 합니다. 종지형 리듬이 불러오는 휴식을 계속 거부하는 거죠.

n-t 악구에 결말이 없는 거죠. 하지만 선율은 그 정의상 리듬이 붙은 cadence, 즉 종지형으로 가는 cadence 악구의 노래 아닌가요? 바그너의 무한선율은 선율의 정의 자체에 위배되는 거 아니에요?

r-m 스트라빈스키가 동일한 반박을 제기했어요. 베르디의 아름다운 노래들이 아직도 귓전에 생생한 이들은 이 반박에 격하게 공감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박을 살펴볼 때가 아니네요.

n-t 음악이 하는 말을 들어보는 게 좋겠네요. 음, 악극의 교향악적 구성이 바그너의 전작에 해당되나요?

r-m 아까도 얘기했듯이 1850년 작품 로엔그린에서부터 시작되어 반지3부작에서 확고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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