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
- 음악 취향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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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보들레르와 베를리오즈가 본 바그너


샤를 보들레르, 리하르트 바그너_미래의 음악

1860년 1월과 2월
파리 테아트르 이탈리앵 극장에서
바그너 연주회가 열렸다 프로그램은
방황하는 네덜란드인, 탄호이저,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관현악 발췌곡
당대 프랑스 최고의 음악가 예술가 문인 들이 그곳에 있었다
베를리오즈 구노 마이어베어 샹플뢰리 보들레르 등등
위 책은 그 당시 (아마도 처음으로) 바그너 음악을 듣고
보들레르가 느낀 매혹을 기록하고 있으며
부록으로 보들레르가 바그너에게 쓴 편지, 그리고
베를리오즈와 테오필 고티에의 비평이 추가되어 있다
인상적인 구절들

1
아래 옮겨 쓴 앞부분은
로엔그린 서곡에 대한 보들레르의 감상이다
탄호이저에 대한 화려한 서술도 있지만
내가 탄호이저보다 로엔그린에 더 관심이 많아
이 부분을 더 주의 깊게 읽었다
보들레르가 자신의 감상을 보완하고자 인용한
리스트보다 표현이 드라이한 편이 이 정도
  
-내가 눈을 감고 이 악절을 처음 들었을 때, 내 몸이 말하자면 땅에서 들리는 듯 느껴졌다

-나는 ‘중력의 끈’에서 벗어났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기억으로 저 ‘높디높은 곳’을 쏘다녔던 기이한 ‘쾌감’을 되찾았다. 그다음에 나는 절대고독에 잠겨 엄청난 몽상에 빠져버린 자의 감미로운 상태를 부지중에 그려보았다. 그 고독은 ‘광대한 지평’을 마주하고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굵은 빛’을 바라보는 고독이며, 무한이라는 장식 말고는 아무런 장식도 없는 무한이다. 이내 나는 더 생생한 ‘빛’을, ‘강렬한 빛’을 느꼈다. 그 빛이 얼마나 순식간에 강렬해지던지 ‘열기와 백색이 끊임없이 거듭나는 점증’이라는 생각을 사전에 등재된 단어들의 뉘앙스들로 표현하기로는 어림도 없었다. 그때 나는 찬연한 빛 한가운데에서 움직이는 마음이며, 자연 세계와는 한참 멀어져 하늘 위를 날면서 ‘관능과 지식으로 이루어진’ 황홀을 생각해냈다.

-첫 콘서트부터 나는 바그너의 유례없는 이 작품들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해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나는 어떤 정신의 작용을 강하게 느꼈는데 이는 계시와도 같은 것이었다. 너무도 엄청나고 너무도 강렬한 관능을 느꼈던 것이라 어쩌지 못하고 자꾸만 그리로 되돌아가고만 싶었다. 그 경험에는 내가 베버와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알게 되었던 많은 것이 들어있지만 나로선 정의할 수 없는 무언지 모를 새로운 것도 있었다. 그 새로운 것을 정의할 수 없다는 데 나는 화가 날 지경이었지만 동시에 호기심도 생겼고, 이런 두 감정에 기이한 감미로움이 섞여들기도 했다. 며칠 동안, 또 오랫동안 나는 “오늘 저녁 어디에 가면 바그너의 음악을 잘 들을 수 있을까?”하고 중얼거리곤 했다.


2
아래는 1860년 2월 보들레르가 바그너에게 보낸 편지의 몇 구절
'선생님께서는.. 비참한 시절에 위대함을 생각하게 해주셨습니다'라는 말이 특히 가슴에 와 닿는다

-처음에 저는 이 음악을 알고 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깊이 생각해보고서야 어디서 그런 착각이 나왔는지 이해했습니다. 저는 이 음악이 ‘제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느꼈고 사람이 사랑하도록 예정된 사물들을 알아보는 것처럼 그 음악을 알아봤던 것입니다.

-그 다음으로 저를 특히 놀라게 했던 성격은 바로 장대함이었습니다. 그것은 장대한 것을 재현하고 장대한 것으로 나아갑니다. 저는 선생님 작품들 어디에서나 성대하게 울려 퍼지는 자연의 엄청난 소리며 장대한 광경을, 인간의 위대한 정념들이 갖게 되는 장엄함을 발견했습니다

-‘하객들의 입장’과 ‘혼례의 축제’가 만들어낸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저는 우리의 삶보다 더 너른 삶의 장엄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선생님의 음악을 들었던 날부터 저는 계속 ‘오늘 저녁 바그너 음악을 조금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비참한 기분일 때 그랬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갖게 해주셨고, 비참한 시절에 위대함을 생각하게 해주셨습니다.


3
베를리오즈는 확실히 보들레르보다는
좀 더 전문적인 음악 분석을 하고 있다
그는 바그너 음악의 혁신성을 인정하면서도
당시 바그너와 관련해 떠들썩한 소위 미래의 음악 유파라는 것,
그 담론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자신의 음악에 대한 평단의 논쟁적인 분위기와 관련해
복잡한 포지션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재미난 대목이 있어 옮겨 본다
[  ] 부분, 앞뒤 맥락 자르고 떼 오긴 했지만
그 모질고 신랄한 독설이 아이러니하게도
바그너 음악에 대한 한 인상을 대변한다

(전략)
그러므로 이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미래의 음악 유파 사람이다.

그렇지만 미래의 음악 유파에서 이렇게 말한다고 해보자.


[규칙이 가르치는 것과는 정반대로 해야 한다.
멜로디라면 진저리가 난다. 멜로디 라인이라면 진저리가 난다. 아리아, 듀엣, 트리오, 규칙적으로 전개되어 나가는 악절 들에 진저리가 난다. 협화음을 만드는 화성, 준비되었다가 해소되는 단순 불협화음, 자연스러운 것이든 기술적으로 다른 것이든 전조라면 진저리가 난다.
생각해야 할 것은 관념뿐이다. 감각은 전혀 존중할 필요가 없다.
저 걸레짝 같은 귀를 무시하고, 난폭하게 다뤄서 길들여야 한다. 음악의 목적은 귀를 즐겁게 하는 데 있지 않다. 쉿쉿거리며 서로 몸을 꼬고 싸우는 뱀 떼처럼 상승조나 하강조로 이어지는 감7도며, 준비되었다가 해소되지 않는 삼중 불협화음이며, 화성으로도 리듬으로도 화음이 맞지 않아도 끝끝내 강행되어 귀에 불쾌감을 주는 중개 부분이며, 오케스트라의 한쪽에서 앞선 조성이 끝나기도 전에 다른 쪽에서 새로운 조성을 도입하는 끔찍한 전조에 이르기까지 모든 음에 익숙해져야 한다.
가창법은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으며 그 본성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도 생각해서는 안 된다.
오페라에서는 낭송을 음표로 기록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노래하기가 불가능하고, 괴상망측하고, 그렇게 추하게 들릴 수가 없는 음정을 사용해서라도 말이다.
작곡가가 보면대 앞에 차분히 앉아 읽도록 마련된 음악과, 배우 자신의 극적 행동과 다른 배우들의 극적 행동을 동시에 고려해서 무대 위에서 외워서 불러야 하는 음악 사이에 차이를 두어서는 안 된다.
이것의 연주가 가능할까 하는 걱정일랑 접어두어야 한다.
가수들이 배역을 연습하고 이를 목소리로 정확히 내는 데 산스크리트어로 된 한 쪽을 외우거나 호두 껍질 한 움큼을 삼키는 정도의 고통이 따른대도 상관없다. 물론 그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노예나 다름없는 그들은 돈을 받고 일을 하는 것이다.
맥베스의 마녀들이 “아름다움은 끔찍한 것이고, 끔찍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라고 말할 때 그녀들은 옳다.]

미래의 음악이라는 정말이지 새로운 종교가 이런 것이라면 내가 그런 종교를 주장한다는 생각이야말로 턱도 없는 일이다. 나는 과거에도 그러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지 않으며,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나는 손을 들어 선서한다. “Non credo(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나는 단호하게, 아름다움은 끔찍한 것이 아니며, 끔찍한 것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귀를 즐겁게 하는 것이 음악의 유일한 목적은 아니지만, 귀에 불쾌감을 주고 혹사하고, 유린하는 것을 음악의 목적으로 삼는 것은 천부당만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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