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
- 음악 취향의 압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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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하이네 슈만 시인의 사랑


이 책은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 Dichterliebe>을
좀 더 잘, 좀 더 깊이 알고 싶은 이들에게
교과서가 되어줄 꼼꼼하고 친절한 해설서이다
일단 풍월당에서 나온 책 자체가 참 예쁘다
예쁜 책 갖고 싶은 책 사고 싶은 책
어서 펼쳐보고 싶어지는 책의 표본으로
이미지 자료들도 적절하고 배치가 잘 되어 있다
앞표지화는 에곤 실레의 <디기탈리스>
뒷표지화는 역시 에곤 실레의
<앉아 있는 여성의 누드.
두 팔꿈치를 오른쪽 무릎에 대고>의 일부
뒷표지의 영문 제목 서체는
실레의 필체를 따온 것이라 한다

하이네, 슈만, <시인의 사랑>을 사랑하는 이들치고
로맨티스트 아닌 이는 없을 것이다
저자 역시 로맨티스트임은 분명한데
어쩐지 문체는 착한 모범생이 쓴
수능대비 문학작품 해설서 같은 느낌이다
신형철 평론가나 김영민 교수 같은 분들의
눈부신 식견과 최고급 문체에 눈이 높아져
텍스트를 다루는 글들에 내가 여간해서 만족을 못한다..
아무튼 이 책은 실용서로서는 절대적으로 유익하다
슈만이 하이네를 어떻게 읽고
또 어떻게 음악화했는지
섬세하게 풀어낸 개별 작품 분석과
정성 어린 원문-번역 부분을 통해
<시인의 사랑>에 한 걸음 더 들어갈 수 있었다
한 편 한 편의 시적 정취와 음악적 아름다움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며 특히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비애감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참고한 연주는 세 가지이다
프리츠 분덜리히/후베르트 기센 1965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크리스토프 에센바흐 1979


올라프 베어/제프리 파슨스 1986


30분 남짓 되는 이 연가곡을
보통은 배경음악으로 흘려듣곤 했는데
작정하고 16곡의 마디를 의식하며
저자가 언급한 내용을 토대로
각 곡의 포인트를 정해 귀 기울이고자 했다
포인트는 첫 소절의 독일어 문장이거나
바로 앞 곡과 변별되는
조성, 리듬, 속도감, 분위기이거나
특정 단어 또는 특정 발음이거나
도드라지는 피아노의 캐릭터일 수도 있겠다
학습용으로 각 곡에 대해 메모해 둔다
내일 문학시험 보는 학생처럼 열심히도 했다


1곡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
Im wunderschönen Monat Mai


1연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온갖 꽃봉오리 움터 오를 때
Als alle Knospen sprangen,

그때 내 마음 속에서
Da ist in menem Herzen

사랑이 솟아난 것이라네
Die Liebe aufgegangen

2연
기적처럼 아름다운 오월에
Im wunderschönen Monat Mai

온갖 새들 노래할 때
Als alle Vögel sangen,

그때 나는 그녀에게 고백했네
Da hab’ich ihr gestanden

내 그리움과 갈망을
Mein Sehnen und Verlangen

*Sehnen 그리움
*Verlangen 갈망 열망 바람

[스프랑겐 아우프게강겐 상겐 베르랑겐
가수를 따라 읽고 노래하고 싶게 하는 라임들
장조인지 단조인지 애매한 조성
설렘과 불안 사이
응답을 받았는지 알 수 없는 고백
미해결의 종지
영원히 돌고 돌 것 같은 반주]


2곡
내 눈물에서 움터 오르리
Aus meinen Tränen sprießen

1연
내 눈물에서 움터 오르리
피어나는 꽃송이 흐드러지게,
나의 한숨은 한데 모여
밤꾀꼬리의 합창 되겠네

2연
날 사랑해 준다면, 사랑이여
네게 그 꽃 전부를 바치리,
너의 창문 앞에서는 울려 퍼지리
밤꾀꼬리 노래 소리가-

눈물-꽃
한숨-밤꾀꼬리

Tränen-Blumen
Seufzer-Nachtigal

[하이네 시의 공허함
2곡은 1곡의 변주
자연물에 의탁한 서정
1,2연 모두 한숨으로 주저앉는 미결의 종지]


3곡
장미, 백합, 비둘기, 태양
Die Rose, die Lilie, die Taube, die Sonne

나는 오직 사랑하네
Ich liebe alleine

작고, 참하고, 순수하고 하나뿐인 그녀를
Die Kleine, die Feine, die Reine, die Eine

[정적인 2곡에 이어
눈에 띄게 밝아진 어조, 분위기 전환
단어의 나열, 빠른 흐름, 쫓기는 음악
브레이크는 ‘하나뿐인 그녀die Eine’
수많은 자음 L
하이네다운 반어
1곡부터 3곡까지는 한달음]


4곡
그대의 눈을 바라볼 때면
Wenn ich in deine Augen seh’

2연의 마지막 두 행
그대 내게 “사랑해요” 말하면
Doch wenn du sprichst: Ich liebe dich!

나는 쓰라린 눈물 흘려야 하네
So muß ich weinen bitterlich

*weinen 울다, 눈물 흘리다

[생각없이 듣다보면 꼭 놓치는 4곡
2연 마지막 두 행의 미스테리
사랑의 고백은
사랑의 절정인 동시에 내리막길의 예고
그 대목의 음악도 기운 없는 선율로
반음계 속에서 불안
하행 모티브
슈만의 멜랑콜리, 세련된 작법]


5곡
내 영혼을 담그고 싶어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1연
내 영혼을 담그고 싶어
Ich will meine Seele tauchen

백합 그 꽃봉오리 속에
In den Kelch der Lilie hinein

백합은 신음하며 한숨을 쉬겠네
Die Lilie soll klingend hauchen

내 연인의 노랫소리를
Ein Lied von der Liebsten mein


2연
그 노래는 몸서리치며 떨겠네
Das Lied soll schauern und beben

그녀 내게 언젠가 허락했던
기이하게 달콤했던 시절,
그 입가의 키스처럼
Wie der Kuß von ihrem Mund
Den sie mir einst gegeben
In wunderbar süßer Stund'

*schauern 오싹하다, 소스라치다
*wunderbar 기이하게

[단조
섬세하고 아름다운 곡
영혼을 담그다->침례 연상
화자의 불안
급박한 아르페지오 반주
‘기이하게’에서 잠시 멈추는 듯한 효과
한번 큰 굴곡을 그린 뒤 꿈틀거리다 사라지는 후주]


6곡
라인, 그 거룩한 물결 속에
Im Rheine, im heiligen Strome

내 삶의 황량함 속으로
In meines Lebens Wildnis

*Wildnis 황량함, 황무지, 황야
*genau 똑같이, 정확히

[강력하고 묵직한 도입부, 큰 스케일
뒤로 갈수록 하향 모티브, 가라앉는 선율
피아노의 무거움 속으로 잠겨 들며 마무리]


7곡
원망은 않으리, 마음이 부서진대도
Ich grolle nicht, und wenn das Herz auch bricht

2연 마지막 행
나도 보았지, 사랑아, 네가 얼마나 비참한지를
Ich sah, mein Lieb, wie sehr du elend bist

*grolle 원망하다

[3곡 이후 놓치곤 하는 집중력을
되찾게 하는 박력 있는 곡
‘그롤레’의 으르렁거리는 음상
반어적인 제목
성악은 원망하지 않는다는데
피아노는 원망을 쏟아냄
치졸한 복수심
끝부분 ‘비참한 너의 모습을 보았다’에서 폭발
노래할 때 가사를 또박또박 끊어 재현하는
파를란도 스타일(<->레가토 스타일)]


8곡
작은 꽃들 알게 되면 어떻게 할까
Und wüßsten’s die Blumen, die kleinen


마지막 4연
그래도 그들 모두는 알 수 없으리,
Sie alle können's nicht wissen

오직 한 여인만이 내 고통을 알겠네.
Nur eine kennt meinen Schmerz;

그래, 바로 그녀가 나를 찢어놓은,
Sie hat ja selbst zerrissen

내 마음을 찢어놓은 장본인이니까!
Zerrissen mir das Herz


*Schmerz 고통
*zerrissen 잡아 찢다, 찢어발기다
*Herz 마음, 심장

[하이네의 은폐와 폭로 기법
이야기를 늘어놓다가 예기치 못한 일격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연에
내 고통을 가장 공감하는 이는 바로
내게 고통을 준 여인
32분음표의 작고 가볍고 날랜 움직임
빠른 흐름의 통절가곡으로 작곡
완만하게 하강하는 성악부, 피아노도 공감
마지막 4연 반주는 제자리 지속음
성악은 속삭임 당김음 스타카토
첫 번째 zerrissen의 동적 심상
두 번째 zerrissen 스포르찬도와 부점으로 강조
후주는 고통과 광란의 움직임]


9곡
그건 피리 소리, 깽깽이 소리
Das ist ein Flöten und Geigen

[그녀의 결혼, 결혼식 둘레춤, 렌틀러
왁자지껄한 바깥, 심란한 내면]


10곡
언젠가 그 노랫소리 들려올 때면
Hör’ich das Liedchen klingen

1연
언젠가 내 사랑이 부르던
그 노랫소리 내게 들려올 때면
거친 고통이 밀어닥쳐
내 마음 터져버릴 지경이라네

2연
어두운 그리움 나를 몰아대어
숲 속 꼭대기까지 데려가네
내겐 너무 큰 그 아픔이
거기서야 눈물에 녹아 흘러내리네

*zerspringen 파열하다, 터지다
*übergroßes Weh 감당할 수 있는 분량 이상의 아픔

[격렬한 시어
노래는 깨질 듯 여림
피아노 후주는 강렬
성악이 시어를 읊조리며
한참 뒤에 고통이 밀려드는 심상]


11곡
한 총각이 한 처녀를 사랑했네
Ein Jüngling liebt ein Mädchen

*entzwei 갈라져, 쪼개져, 두 동강

[즐거운 농부 풍의 경쾌한 피아노 반주
고통의 희화화
끝 소절 반전, 방점
7곡부터 이 11곡까지는 사랑의 상실감]


12곡
햇빛 반짝이는 여름 아침에
Am leuchtenden Sommermorgen

1연
햇빛 반짝이는 여름 아침에
Am leuchtenden Sommermorgen

정원을 돌며 걸었네
Geh'ich im Garten herum

속삭이며 말하는 소리, 꽃들이었네
Es flüstern und sprechen die Blumen

그래도 난 외면하며 말이 없었네
Ich aber wandle stumm


2연
속삭이며 말하는 건 꽃들,
Es flüstern und sprechen die Blumen

그들이 날 바라보네 안쓰러운 얼굴로,
Und schaun mitleidig mich an;

우리 언니한테 너무 화내지 말아요,
Sei unsrer Schwester nicht böse,

슬프고 창백한 얼굴의 그대여-
Du trauriger blasser Mann

[극도로 섬세한 열린 종결
아름다운 피아노 후주]


13곡
나는 꿈속에서 울었습니다
Ich hab’im Traum geweinet

3연
나는 꿈 속에서 울었습니다
그대가 내 곁에 여전히 잘 있는 꿈이었지요,
그런 꿈에서 깨어났는데도, 여전히
내 눈물의 줄기는 마르지 않았습니다

*Strömt 흘러내리다 stream, flow
*Tränenflut 눈물 줄기

[단조
각 연의 1행 동일
3연의 반전
고조 효과를 버리고 선율 끝을
불확실한 반음 아래로 떨어뜨린 후
곡 초반 피아노 모티브를 가져와 그대로 끊어버림]


14곡
매일 밤마다 꿈 속에 그대가 나와
Allnächtlich im Traume seh’ich dich

3연
그대 내게 말합니다, 비밀스레 나직이 한 마디 말을,
그리고는 내게 측백나무 꽃다발을 건네주지요,
그때 나는 깨어났지요, 꽃다발은 여전한데,
그녀의 그 한 마디, 난 잊어버렸네 -

*Zypressen 측백나무
*vergessen 잊다, 망각하다

[꿈 속 그녀와의 마지막 에피소드
측백나무는 애도의 상징,
꽃은 관을 장식하는 용도, 죽음 선고
이 사랑은 곧 죽을 것이다
마지막 3연 잠에서 깨어난 상황을
리듬 축약으로 강조
급한 호흡, 빠르게 고조되는 낭송
‘잊어버렸다’를 길게 늘이지 않고 압축
급작스러운 종결
비어 버린 성악의 자리에
피아노만 원래대로 홀로 울림]


15곡
옛날 동화에서 손짓을 보낸다
Aus alten Märchen winkt es

8연
아, 희열에 가득 찬 그 나라,
나는 꿈 속에서 종종 보았지,
아침 태양이 떠올라 오면,
속 빈 거품인 양 흩어져 버리지

[전반부 춤곡에서 후반부 차분한 성가풍 선율로 이행
마지막 7,8연 두 번의 감탄사 Ach
성악부의 휴지 이후 놀리는 듯한 후주]


16곡
낡아빠진 못된 노래들
Die alten, bösen Lieder

마지막 6연
이제 짐작이 가나? 왜 저 관이 그토록
무지막지하고 또 무거워야만 하는지?
그 안에는 나의 사랑만 아니라
내 고통까지도 다 담아 놓았기 때문이다

*Schmerz 고통, 아픔
[심술궂은 통렬한 내용
통 큰 과장
자문자답의 넋두리
피날레 임팩트
길고 서정적인 후주로 전곡 마무리
말로 표현할 길 없는 화자의 상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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