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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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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잔다르크의 수난]/[잔다르크의 재판]_2000.3.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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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다르크의 수난]/[잔다르크의 재판] - 2000. 3. 10 -
1. [잔다르크의 수난]
칼 드레이어의 무성영화 속 잔다르크는 기왕에 클로즈업의 교본
으로 인용되어 온 팔코네티의 슬픔 어린 표정, 예의 그, 두 뺨의 계
곡을 타고 내리는, 시냇물인가 대홍수인가로 비유되던 두 줄기 눈
물 따위로 워낙 유명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비브르 사 비]에서
안나 카리나가 생미셸 거리의 어두운 극장에 앉아 흠뻑 빠져있던
이 영화, 그 필름이 돌아가던 정경을 잊지 못한다. 관객인 그녀가
영화 속 '그녀의 삶을 살'던 그 생생한 현재를, 아름다운 일치를, 짧
고 허망한 집중을, 스크린의 명멸하던 난반사를 잊지 못한다. 우리
가 영화를 본다는 것은 아마도 그런 정경일 것이다.
2. [잔다르크의 재판]
잔다르크가 마녀였는지 구세주였는지 성처녀였는지 전사였는지
지도자였는지 그 이해는 각각일 것이다. 그러나 로베르 브레송 작
품에 나타난 잔다르크의 이미지는 그 어떤 것으로도 분류되기 어
려운 이미지였다. 굳이 비유하자면 그녀는 그저 연약하면서도 강인
하며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명민하고 자의식이 강한 소르본 대학생
처럼 생겼었다.
이 영화는 앞뒤에 배치한 귀가 따가울 정도의 북소리만으로 사운
드를 고정시키고 기록에 의거한 잔다르크의 재판 과정을 건조하게
진행시킬 뿐이었다. 영화의 대부분은 문답의 연속이다. 그런데 이상
하게 가슴 뛰는 시점이 도래한다. 화형장으로 끌려가는 잔의 종종
걸음, 그 세상 빛 처음 본 아기의 속살처럼 여리디 여린, 희디 흰
발목, 이어서 스크린을 삼켜버릴 것처럼 무섭게 타오르는 화염, 그
화염의 소리, 오랜 시간.. 한참이 지나면 잔의 형체는 온데간데 없
고 이윽고 우리는 시커먼 숯덩이로 남은 수직의 올곧은 지지대만을
화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정화감이 찾아온다.
지난 12월 로베르 브레송 영화제에서 본 네 작품 가운데 [무셰
트]와 함께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그의 작품들은 냉정하기 짝이
없는 유물론적 세계관과 엄격한 덜어냄의 미학을 가지고서, 보는
이의 마음에 기어코 방점을 찍고야 말았다. 두고두고 묵상하고픈
영화 세계. 그 기간,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브레송 영화제가 열리고
있던 서울 하늘 아래에서 브레송의 타계 소식을 듣게 된 일은 또
얼마나 영화적이었던지..
* 온통 노란 해바라기 들판을 배경으로 한 소년/소녀가 펼치는
독무, 이어서 칼날에 목이 베이는 해바라기 한 송이. 뤽 베송의 [잔
다르크]는 너무도 시적이고 너무도 아름다운 예고편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과연 작품은 어땠을까. 게시판을 보니 혹평이 우세하고, 그
것은 또 어느 정도 예상한 바였다. 그래도 보고 싶어진다. 잔 다르
크의 이미지와 관련하여, 고뇌하는 잔다르크, 화형당하는 잔 다르
크 못지 않게 중요한 이미지는, 당연한 말이지만 은빛철갑으로 무
장하고 오를레앙으로 진군하는 잔다르크이다. 적어도 뤽 베송의
작품에서 이 부분만큼은 기대해도 좋지 않을까.. 실망은 준비되어
있다. 그래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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