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트레일(The Big Trail,1930)]
존 웨인이 존 웨인이라는 이름으로 출연한 첫 영화이며 주연을 맡은 첫 영화 -- 역사적인 의의가 있는 영화라 하겠습니다. 돈도 상당히 많이 들인 것 같습니다. 역사상 처음으로 70 mm 필름으로 촬영되기도 했지요. 오리지널 포스터에 이런 구절이 적혀있습니다: "The Most Important Picture Ever Produced".
그러나 저 구절은 제작자들의 희망대로 완전히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당시 극장 가운데 70 mm 영화를 제대로 상영할 만한 시설을 갖춘 곳은 거의 없었다는 말이 있습니다. 1927년에 최초의 토키 [재즈 싱어]가 나온 이래, 토키를 상영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하기도 바쁜 시절이었다나요. 이 영화도 중간중간 설명조의 자막이 등장하는 게 반은 무성영화같은 분위기입니다. 어쨌든 이 대작 서부극은 흥행에 실패했고 존 웨인이 스타가 되기까지는 [역마차]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9년의 세월이 더 흘러야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걸작이라고 봐 줄 수는 없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이 오래된 영화가 새삼스럽게 DVD로 출시된 것은 뭐니뭐니해도 이제는 전설이 된 존 웨인의 스타 파워 덕이겠지요.
IMDb에 의하면 이 영화는 여러 가지 판본이 존재합니다. 70 mm 판본은 158분이나 된다는데, 이번에 암흑의 경로로 구해본 판본은 아마 125분짜리 35 mm 판본에서 나온 듯하군요. 존 웨인은 이 영화 찍을 때 스물 세 살이었습니다. 젊은 정도가 아니라 어리게 나옵니다. 히스 레저 + 올란도 블룸처럼 보일 지경이예요. 30대 이후의 거친 사나이 모습에 반한 저희같은 사람에게는 웃음이 나오는 대사나 설정도 종종 등장합니다. 그래도 존 웨인이 생각보다 너무 조금 나온다는 게 큰 흠이라고 투덜거리게 되니, 팬의 마음은 그런 것이지요. 아무튼 이 영화는 존 웨인이 주연은 주연이로되 진짜 주인공은 제목 그대로 [빅 트레일]입니다. 영화가 시작되면 개척자들에게 바친다는 자막이 뜨고, 이후 사막, 진창, 강, 절벽, 인디언, 폭우, 눈보라, 결혼, 연애, 출산, 살인, 음모, 총, 칼, 악당, 들소, 말, 포장마차,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소들이 나열됩니다. 빠진 것은 물뱀, 독수리, 닭이나 오리 정도?
캡처 몇 장.
첫 등장 장면.
말 위에 너무나도 편안하고 유연하게 앉아있습니다.
존 웨인에게도 이런 꽃청년 시절이 있었습니다.
듀크의 모습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장대한 규모를 보여주기 위해 한 컷.
이 장면에서는 저희가 익숙한 존 웨인의 얼굴이 조금 엿보입니다.
영락없는 히스 레저.
여자에게 달빛이 어쩌구, 새소리가 어쩌구 ~ 얘기하는 대목. 적응하느라고 애먹었습니다.
역시, 말 위에 참 유연하게 앉아있습니다.
안면근육에 힘 좀 빼시지... 초짜는 초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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