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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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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오브 헤븐] (2005. 5. 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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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글 때문에 찾아보았더니 .
[로빈 후드] 이전 리들리 스콧의 전쟁물이 [킹덤 오브 헤븐]이었군요.
이 영화라면 주연보다도 제레미 아이언스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제가 영화로 본 가장 최근의 제레미 아이언스가
이 영화 속 백전노장이자 전쟁회의론자인 티베리우스 역..
[킹덤 오브 헤븐] 2005.5. 7 쓴 글
1.
먼저..
블록버스터와의 신경전에서 이만한 좌표를 잡을 수 있는 것이 리들리 스코트,
라고 하신 whereto님의 문장을 저의 첫문장으로 삼을까 합니다.
이 좌표가, 여기서부터 정신적 긴장이 심화되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면
블록버스터의 존재이유인 스케일을 저당잡힐 위험성과 더불어 위선이 돼 버릴 염려가 있고,
긴장을 놓아버리는 쪽으로 좌표이동할 경우 제리 브룩하이머풍 영화에 머물게 될까봐
저는 겁이 납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이 좌표가 절묘하다 하겠습니다.
2.
전쟁스펙터클 범주의 영화들에서.. 영화 안에 정치와 역사가 들어있을 때
스펙터클이 힘을 받는다는 이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정치와 역사가 들어있다는 것은 결국 영화가 해석을 포함하게 된다는 뜻이죠.
반대 사례로 [반지의 제왕] 연작을 들 수 있습니다.
2편의 전투씬을 제외하고 [반지의 제왕] 연작이 보여준 경이적인 대형스펙터클에
제가 번번이 떨떠름했던 이유가 여기 있는 것도 같습니다. 그 연작엔
역사와의 인게이지먼트가 없었고 따라서 해석이 없었고 따라서 뉘앙스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반지..] 팬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저만의 의견일 수 있습니다.
3.
확실히 전쟁스펙터클은, 전쟁이 당대 테크놀로지의 시험장이라는
전쟁에 대한 하나의 정의를 주지시키는 경향이 있습니다.
[킹덤 오브 헤븐]의 전쟁씬에 동원된 물량과 장비만 해도 그런 느낌을 주죠.
스케일도 그렇거니와 같은 범주의 영화들과 격이 다른 정교하고 세밀한 테크닉..
눈알 쏟아지는 비주얼의 연속이었습니다. 내내 가슴이 두근거리다
케락으로 진군하던 때의 일사불란한 말달림과 현란한 야간 공성전 장면에 이르러선
머리 속이 하얘지면서 그대로 폭발할 것 같았습니다.
4.
십자군 전쟁은 제겐 동서방 충돌사의 한 단락으로 먼저 다가옵니다.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서양인과 아랍인.
전쟁은 참으로 가장 난폭한 형태의 인류간 접촉이자 세계화 방식이며
(이에 비하면 유학이나 결혼이나 여행은 문명화된 세계화 방식)
그러기에 그 어떤 사태보다 잠재력이 풍부한 드라마의 우물이 됩니다.
한편 십자군 전쟁, 하면 묵시록이라는 말도 떠올라요.
변질된 신의 뜻, 무의미한 대량학살, 피로 물든 사막, 증오와 구원의 대물림,
끝나지 않는 전쟁, 피로한 기사들, 종말의 아우라..
대개 이러한 정서가 고도로 농축되어 있는 지점은 말기전이죠.
[킹덤 오브 헤븐]은 바로 이 말기전의 정서를 다룹니다.
광대한 사막에 신기루처럼 펼쳐진 온갖 말기적 미장센,
물러나서 그것을 주무르고 휩쓸어 가는 카메라,
다가들면서 날카로워지는 편집, 암청의 톤으로 채색된 묵시록적 비전들,
이윽고 높은 곳에서 굽어보는 부감의 시점..
전쟁비주얼, 전쟁스펙터클이 미학과 접촉하는 지점은 정녕 이,
말기전의 양상 묘사에 달려있는 게 아닐는지요.
이러저러하여.. 저는 이 중동 묵시록의 끝이 베리만의 [제7의 봉인]
첫장면으로 이어질 것만 같은 환영을 내내 보았습니다.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지친 모습이..
십자군 전쟁에서 막 돌아온 안토니우스 블럭 기사, 즉 막스 폰 시도우의
창백한 프로필로 이어져야 논리적일 것 같았습니다.
5.
이라크전 끝나고 나니(정말 끝났던가..) 이런 영화가 나오는군요.
전쟁 초기의 전쟁스펙터클들이.. 이러저러하게 수호할 가치를 역설하면서
전쟁에 대한 합의와 동의를 이끌어내던, 본질적으로 동원령이었던 반면
이렇듯 반성적인 관점은 결국 말기에 나오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남의 땅에서 뽑아먹을 거 다 뽑아먹고 나서 말이죠.
그것이 영토든 재물이든.. 신의 뜻은 절대 아닐 것입니다.
[지옥의 묵시록]도 베트남전 말기에 나왔던가..
6.
올란도 블룸.
제가 이 배우, 그간 목소리만 괜찮았었다는 거 말씀드렸던가요?
오늘부로 비로소 전면적으로 좋아해 줄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습니다.
특히 그, 자객을 돌로 쳐죽이는 장면에서부터.
실은 블룸이 다가 아닙니다.
블룸의 모습만 달랑 찍힌 영화포스터, 이것은 얼마나 설레는 기만이었던가요.
이것만으론 이 영화 캐스팅의 내막을 짐작조차 할 수 없었죠.
오, 영화가 시작되고서 급류와도 같이 몰려드는 캐스팅의 압박!
그 하나하나의 중량감, 견고함, 매력에.. 황홀해서 질식할 뻔했습니다.
리암 니슨, 브렌단 글리슨, 에드워드 노튼, 데이빗 튤리스, 제레미 아이언스..
모두 영화 속 그 캐릭터인 동시에 배우 그 자신이기도 한 그런 면면들.
특히 전쟁회의론자인 티베리우스경 역의 제레미 아이언스..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충격적 앵글의, 가혹한 안면 스카에다
가볍게 한 다리를 절기까지 하는데.. 무자비하게 로맨틱해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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