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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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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거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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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보고 싶었던 타르코프스키의 초기작들을 보게 되는 중이다.
[향수]나 [희생] 같은 글로벌 단위의 후기걸작들만으로는
이 영화예술가를 이해하는 데 늘 부족함을 느꼈었다.
과연 [거울]엔, 대가가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내놓은 작품만이 가지는
눈부신 집중성이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지 않은 장면이 하나도 없는
고귀한 영상 체험이었고.. 그 영상을 빚어내는 질료들의 싱그러움에
영화를 보고 난 후 깨끗한 세안을 마친 느낌,
불순물을 떨구고 이제 맑은 시야로 다시 한번
본질과 본연에만 충실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흔히 영화가 꿈을 가장 많이 닮은 예술장르라고 한다.
[거울]은 또한 그 꿈의 문법, 꿈의 신택스를 완성한 영화로도 다가왔다.
그것은 감독 자신으로 해석되는 1인칭 중년남성 시점의 의식에 따라
고향의 자연과 유년의 기억을 조직하는 이 영화의 특질과 관련된다.
물과 불, 나무와 숲과 바람과 같은 기초 원소들의 결합, 내지
충돌만을 가지고 자아내는, 반복되는 시골농가의 이미지는
마침내 우리들 의식의 표면을 똟고 들어가, 저 아래 심층의 강렬한 그 무언가에 도달한다.
화면은 저리도 고요한데 영화는 온통 감정적 에너지로 가득차 있으며
그것을 웅변하듯 도스토예프스키적 격정을 담은 시적 내레이션이 수놓아진다.
한편 [거울]은 주체의 기억에 아로새겨진 전쟁과,
고통스러운 시간을 통과해 온 슬픈 여인들의 영화이기도 했다.
전쟁기간 아버지의 부재를 대신하여 홀로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이미지는
분명 기억의 굳건한 원형일 것이다. 모호하게도, 또 흥미롭게도
그 어머니의 이미지 위엔, 카메라 뒤로 물러나 있는 주체와 지속적인
감정적 갈등 관계에 있는 듯한 젊은 아내의 이미지가 자꾸만 겹친다.
사이사이 브뤼겔의 그림과 성모의 도상이 끼워지며
여인들을 위로하듯 배경엔 페르골레지의 스타바트마테르가 흐른다.
숲속의 통나무집, 불타는 건초창고, 쏟아지는 비,
바람에 흔들리는 수풀소리, 목책에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여인..
단순하고 기초적인 이런 재료적 이미지들.. 이것이야말로 타르코프스키의
[거울]을 떠올릴 때마다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강렬한 이미지들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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