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 영화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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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가 보고 싶다_1996(타이타닉이전)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가 보고 싶다   - 1996. 6. 21 -    


  올 여름에 쏟아지고  있는, 그리고 쏟아지게 될  할리우드 거대영화
들의 면면을  훑어가다 보니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가 더욱 그리워진
다.

  외계인의 침입, 회오리바람의 습격이니 하는, 소재의 규모부터가 심
상치 않은  영화들, 상상도  못하는 특수효과를 자랑한다고  전해지는
영화들이 줄서서 봐 주길 기다리고 있지만 결정적인 재미의 보증수표
같은 것이  없어 못 미덥다.  스타가 있으면 감독이 시원찮고  기술이
뛰어나다지만 구성이 뻔해  보인다거나 그런 식이다. 지난  주엔 일차
로 [미션 임파서블]을 보았는데 어딘가 싱겁다는  생각을 하며 극장을
나섰다. 정보국에  잠입해 파일  복사하는 장면과 고속열차  위에서의
액션 장면같은 부분적인  정교함에 만족하는 데 그쳐야  했다. 차라리
줄창 깨지고 터지던 [브로큰 애로우]가 시원한 맛은 있었다.

  그리고 며칠 전 [어비스]를 비디오로 보았다.  5,6년 전쯤 역시 비디
오로 본 영화다. 이번이  두번 째였다. 개봉 당시 내 근무지 가까이에
있는 브로드웨이에서 상영했는데 어물거리다 놓쳤던  영화다. 그때 스
크린으로 보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했었다.

  이번에 본 것은  소위 감독판이라는 것이었다. 거대한  해일이 왔다
가는 장면이 들어가 있었다.  해저 생물이 벌인 일종의 힘자랑이었다.
그런데 이건 좀  우스웠다. 카메론에게 심각한 지성이나  고민을 기대
할 수는 없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작 그에게 기대할  것은 창의성과 재능이다. 기술과  효과를 장악
하는 힘, 그것을 테마에  효율적으로 밀착시키는 능력, 긴장된 상황을
조성해 가다가 적당한 지점에서  터뜨려 주고 또 새로운 상황으로 진
전시키는 연출력,  액션이 일어나는 상황을  능숙하게 설계하는 솜씨,
이런 것들이다. 한 마디로 카메론은 영화 속에서  전선을 형성하고 유
지시키고 해제하는 데 능한 사람이다.

  이런 재능은  거부할 수 없는  영화적 재미를 안겨 준다.  에일리언
시리즈 가운데  내가 가장 재미있게  본 게 뭐였나. 리들리  스코트의
다의적인 텍스트, 데이빗  핀처의 장엄한 어두움도 좋았지만  역시 가
장 즐겁게 본 것은 제임스 카메론이 창조한 박진감 넘치는 대결과 전
투의 공간 아니었던가.

  완벽한 SF적 공간으로 탈바꿈한  심해, 인공적으로 조성된 그 맑고
아름다운 파랑의 세계(이 영화를  함께 보며 세 살 짜리 우리 아기는
'파랑색'을 완전히 학습했다), 놀랍고도 놀라워라. 특수효과에  대해 잘
아는 분들의 말로는 [T2]가 [어비스]보다  훨씬 발전된 결과라고 하지
만 나는 오히려 손때 눈때  덜 타 신비함을 간직하고 있는 이 작품에
더 애정이 간다. 생각해 보라. [T2]의 장면들이 패로디니 명장면 소개
니 광고니  하는 것들에 동원되어 처참한  걸레조각이 되어 지금까지
뒹굴고 있는  꼴을. 게걸스럽게 소비되어  어느덧 빛바랜 이미지들을.
그에 비하면 [어비스]는  더 오래 된 작품인데도 신선도가  잘 유지된
편이다. 게다가 비상한  집중성과 하나하나 공을 들인  장인정신이 남
다르게 느껴지는 영화다.

  위기의 극한을 통과하면서  부부애를 회복하는 에드 해리스와 매스
트랜토니오의 극적인 연기는 다시 봐도 여전히 감동, 감동이다.
  

  [어비스]를 보며 나는  드디어 우리집 TV를 폐기처분할 때가  되었
다고 판단했다. 결혼할  때 마련한 16인치 TV인데 8평에서  19평짜리
아파트로 늘려온 얼마전까지도  그리 작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납득이 안 갈 분들도 있을 것이다. 익숙함이란 그렇게 무섭다. 영화를
보는 물리적  환경보다 심리적 환경이 중요한  거라면서 합리화해 온
탓도 있다.

  그런데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더이상 못 참겠다. 남들은 이 영화를
넓은 화면에 LD로  보기까지 한다는데 골동품 같은 16인치로 보고도
감상문이라는 걸 쓰고 있는 내가 위대해 보일 뿐이다.

  카메론의 신작을 더 기다려야 할 처지라면, 말도  안 되는 소망이겠
지만 [어비스]같은 작품을  재개봉하는 곳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필
름으로,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 그게 안  되면 하루빨리 대형 TV를
사는 수밖에 없다. 아무렴 그거 하나 사는  게 어렵겠나. 문제는, 그걸
들여 놓고 즐기려면 TV 크기에 걸맞는 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가야 한
다는 사실이다. 착잡하고 해묵은 과제에 봉착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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