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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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왕가위의 [손The Hand]_2005.7.6

다음 주 어딘가에서 열린다는 '왕가위 3색로맨스'의 상영작은
[동사서독 리덕스] [화양연화] [중경삼림] 세 편이다
오프닝이나 보너스로 이 작품이 추가되어도 좋았을 걸


왕가위의 [손The Hand]_2005.7.6


어제.. 왕가위와 스티븐 소더버그와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단편을 모았다는 [에로스]를 보았다.
이 중에서 나는 왕가위의 작품 [손 The Hand]에 완전히 매혹당했다.
KJH1221 영화인생의 야심작, 야한 영화 열전 당시
왕가위 영화에 있어 야함의 결핍, 야함의 탈색, 야함의 회피에 대하여
말한 바 있으나 다 지나간 얘기다. 왕가위 영화는 이제 야하다.
그래, 왕가위 감독은 이제 정말 성인이 된 것이다.
단 이번에도 정공법은 아니다..

이 영화의 세팅은 일단, 최근 몇 년 간 감독이 집착하고 있는,
그래서 우리 눈에도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견딜 수 없이
복고적이며 관능적인, 예술적 매너리즘의 황홀경을 보여주는 그,
60년대 전후 홍콩 내지 중국 어디메쯤의 폐소공간이다.
영화에서 고급매춘부를 연기하고 있는 공리 또한
[2046]에서의 그 사연 많아보이는 착잡하고 한맺힌 여성 역의 변주로서
원형적으로 라트라비아타나 라보엠의 비극적 히로인같으면서
그보다 더 리얼한 절망 속에 내몰린,
긴 한숨과 깊은 슬픔을 가진, 문자 그대로 ‘여인’의 캐릭터였다.

한편 이 영화에서 공리의 상대역으로 나오는
장첸의 연기는 실로 가슴을 저미는 것이었다.
그녀의 손을 통해, 그녀 앞에서 최초로 자신이 남자임을 경험한
그 강렬하고 수치스러운 첫날의 인연 이래 그는
그토록 숨막히고 무더운 긴긴 날들을.. 여인을 향한,
감히 어쩌지 못하는 뜨거운 갈망과 질긴 사모의 념으로 견뎌낸다.
그는 여인의 전담 재단사였다. 그는 그녀의 몸에
그 누구보다 친밀한 거리에서 사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연인만큼이나 충분한 권한을 가졌지만..
그녀의 몸이 거주하는 장소이면서 몸의 연장, 몸의 발현이자
몸 그 자체이되 한끗 차이로 몸은 아닌, 절대 몸이 될 수는 없는
‘옷’이라는 실물을, 오직 손으로만 접촉해야 하는,
실상 잔인하리만큼 제한된 권한의 소유자였다.
그의 손은 그녀의 치수를 재고 그녀의 커브를 만지며
그녀의 옷을 마름질하며 솔기를 바느질한다.
수백번을 그러는 동안 그는 그녀의 몸을 세상 그 누구보다
정확히 기억하게 되었지만 그녀를 가질 수는 없었다.
그가 평소 한 올 흐트러짐없이 단정하게 빗어넘기고 다니던
머리칼을 헝클어뜨린 채 제 손으로 만든 그녀의 옷 속을,
그 빈 공간을, 무형의, 가상적인 육체의 길을 생생한 기억의 손으로
고통스럽게 더듬어 나가던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다.
영화에서 가장 격렬하고 폭발적인 장면이었다.

글쎄.. 어지간히 영화에 열중했던지 나는
침상에서 죽어가는 여인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그에게 최후의 보답을 하는 마지막 장면의 수미상관,
그 깔끔하게 처리된 신파 앞에서 눈물을 쏟고야 말았다.

[손]은 40분 내외로 추정되는 제한 시간이 요구하는 단편감각 덕분에
그간 왕가위 영화들에서 우리가 최소한 단념해야 했던 어떤 유기성, 즉
테마 집중도랄지 짜임새의 문제마저도 멋지게 돌파해 버린 수작이었다.
내, 이 한 편 때문에 [에로스]를 참아주기로 했다.
소더버그의 작품은 졸았고 안토니오니 작품은 한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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