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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름 |
김주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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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목 |
[리오 그란데]와 [레드 리버]_2007.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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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오 그란데]와 [레드 리버]
필름포럼의 하워드 혹스 회고전 프로그램에서
유일하게 챙겨본 작품은.. 어쩌다 보니
혹스 작품이 아니라 존 포드 작품이 되었습니다.
P&T님이 집어주신 마지막날 존 웨인 특집날
[리오 그란데]를 보고 왔습니다.
존 포드 감독의 [리오 그란데]는
존 웨인을 주연으로 한 일종의 독전영화였습니다.
충성심이 강한 기병대 사령관 존 웨인과
사관학교에서 쫓겨나 아버지 부대로 들어온 그의 아들,
아들이 걱정되어 부대까지 따라온 부인..
이 세 사람이 군대생활과 인디언과의 전쟁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합심함으로써
갈등을 딛고 가족애를 회복하게 된다는 이야기로서
제작년도가 50년인 것으로 보아 어쩌면
한국전 당시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민관군을 막론하고 전후방의 대동단결을 고취하며
전쟁을 독려하는 영화였을 수도 있겠다 생각되었습니다.
흔히 레드스킨이라는 말로도 지칭되던 인디언과
빨갱이인 공산주의집단은 이미지상으로 연관이 있었겠구요..
내용이나 메시지가 한숨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대신
존 포드 영화의 상징이 된 몇 가지 요소, 즉
그의 영화에서 배경 이상의 강렬한 조형적 캐릭터이기도 한
모뉴먼트 밸리를 중심으로 한, 언제봐도 포토제닉하고 호방한 화면이랄지..
기병대가 인디언들이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있는 교회를 습격하여 벌이는
전투 장면.. 여기서 존 포드 영화의 전매특허인
말을 타고 쇄도하는 총잡이들의 시정어린 실루엣 등이 이를 보상해 줍니다.
또한 이 작품은 뮤지컬 형식.. 이라고까진 말못해도
하여튼 음악 비중이 꽤 커서 서부시대에 대한 향수를 절절히 불러일으키는
유머러스하고 애상적인 민요들이 영화를 풍부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단아한 노란 줄 블루코트 차림으로 기병대 장교의 로망을 구현하는 존 웨인은
너무나 근사해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고
타이밍이 절묘했던 모린 오하라와의 키스씬은 특히 명품이었습니다.
[리오 그란데]를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비슷한 시기에 존 웨인을 기용해 만든
하워드 혹스의 [레드 리버]가 보고싶어졌습니다.
과연 이 감독은 비슷비슷한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을까?
상영시간이 너무 늦어 포기하고 돌아오면서도 미련이 남았는데
마침 국내에 디비디 타이틀이 나와있음을 알고
주문해다가 며칠 후 집에서 보았습니다.
충격적인 것은 디비디 타이틀 가격이 단돈 2900원.
그런데 배송비 때문에 5400원에 구입했다는 사실.
하워드 혹스의 48년작인 [레드 리버]는
텍사스에서 미주리까지 만여 마리의 소떼를 몰고가는
고집불통의 카우보이 존 웨인과
그가 키우다시피 한 양아들과도 같은 몽고메리 클리프트,
암탉같이 품는 사랑으로 부모 역할을 하는 평생동지 월터 브레넌,
이 세 사람을 축으로 사내들간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대평원을 배경으로 한 장대한 로드무비였습니다.
[리오 브라보]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저 세 중심인물과 조연들의
입체적인 캐릭터 및 그들 상호관계가 빚어내는 앙상블은 참으로 탁월하였습니다.
불가능한 과업에 도전하는 카우보이의 뚝심과 야망이
혹독한 여정을 거치면서 편집증으로 변모하는 과정,
권위주의적인 가부장과 합리적인 신세대 간의 집단내 파워게임,
이런 심리전이 적절한 액션과 결합되어 능수능란하게 펼쳐지던 그 짜임새하며,
위트 넘치는 대사, 갈등과 긴장의 형성과 해제를 다루는 연출력 등에 있어서
[리오 그란데]를 한참 웃도는 퀄리티였구요.
그러나 이상하게도..
저러한 뛰어난 영화적 퀄리티에도 불구하고..
배경이 아무리 광활하고 스케일이 아무리 커도..
혹스의 영화는 뭐랄까, 교향곡이 될 수는 없는 것 같았습니다.
참 잘 만들었는데.. 너무너무 잘 만들었는데..
어쩜 이리 잘 만들었을까 싶은데.. [리오 브라보]도 그랬고
본질적으로 영화가 실내악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장르를 서부극보다 드라마로 분류해야 할 듯한 느낌 말이죠..
서부극의 세계에서, 그 에센스라는 측면에서..
위대하다는 칭송이 왜 곧잘 존 포드로 수렴되곤 하는지도 좀 알 것 같았습니다.
결국 영화란, 영화적 퀄리티가 다가 아니란 말인가..
역설적인,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차라리 혹스 영화의 참맛을 보려 한다면 제가 아직 보지 못한,
그 대사발로 먹어준다는, 캐리 그란트같은 배우가 나오는
로맨틱코미디 들을 찾아보는 게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링크를 누르면 멋진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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