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 영화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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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whereto
제 목    Time to write
임권택의 영화지평을 성실하게 답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리라는 이른 판단으로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를 사서 책꽂이에 꽂아놓았고,

이제 더 이상 당신과는 관계를 맺지 않으리라는
일종의 절교선언 대신으로
<김기덕 야생 혹은 속죄양>을 사서 역시 꽂아놓은 것과
비슷한 사례가 되리라 생각하면서
정성일의 책 두 권
<필사의 탐독><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를 샀습니다.

허문영의<세속적 영화, 세속적 비평>과 함께 쌓아놓으니,
그 무게며 아우라며, 하여간 "보기에 좋았더라"였습니다.

그런데 무슨 필요에 의해선가 정성일의 <언젠가...>를 읽기 시작했다가,
계속 이런 저런 글을 찾아읽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아 주향님께 글을 써야하는 시간인가보다, 생각했습니다.

가령 이런 글,
"'올드독2'는 영화관을 오로지 혼자서만 산책하면서 스스로 배운다. 나는
그것이 약간 놀랍다...왜냐하면 그 쓸쓸함이 어떤 것인지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등등등 중략), 나루세 미키오의 <산의 소리>를
보고 난 다음 시아버지 앞에서의 하라 세쓰코의 표정에 대해서
오즈 야스지로와 비교하고 싶을 때,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주변에 아무도 없을 때
집에 돌아가는 길 내내 혼자 중얼거리면서 걸어가는 그 기나긴 독백의 시간,
지나가 버린 흥분,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는 감흥.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의 흔들림. 무엇보다도 어쩔 수 없이 써야만 하는 말. 홀로 있다는 것.
혼자서 버틴다는 것. 그때 괴로운 것은 내가 고독해서가 아니라 지금 막 보고
나온 그 영화가, 그 감흥이, 그 흥분이 고독해지기 때문이다..."

이런 글귀를 읽으며 잠시 호흡을 골랐다가, 멀리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가
괜히 화장실도 다녀왔다가, 그러면서 읽는 동안
제가, 주향님을 떠올리지 않기란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거죠.

혹은
"나는 영화에 대한 말이 스투디움에 멈출 때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다고
믿는다. 그것을 무너뜨리고 거기서 부끄럽게, 하지만 용기를 내서
자기를 기어이 드러내면서 대화를 시작할 때, 우리는 영화가 세상의
다른 가능성이라는 것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는  글을 읽으며
'용기를 내서 자기를 기어이 드러내면서'에 몇 겹의 줄을 치면서,
'용기'와 '기어이'에 마음 한 구석이 찔림을 느끼면서
역시 주향님과, 주향님과 함께 보낸 시간 속의 저와,
그리고 현재의 저를 생각하지 않기도 역시 불가능한 거죠.

하지만, 정성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이 다 만들어질 때까지
올드독2/정우열을 만나지 않을 생각이라고 적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고독함을 다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멀리서, 서로의 공존을 떠올리면서, 그렇게 위로하면서
영화를 보고 또 볼 것이다. 그것만이 우리들이 살아가는 유일한 방식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
...

그러니, 문득, 아, 주향님이 보고 싶다, 중얼거리면서도
이제 그만 안녕을 고해야하는 것이겠지요.

...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전...(음)...(아마도;;;)...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 제목은, 방금 듀게에서 읽은 <블레이드 러너> 글 속의 한 구절,
장렬하고 뻐근한 룻거 하우어의 마지막 인사, 'Time to die'에서.
그러니까 나름 오마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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