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 영화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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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주향
제 목    [로빈 후드]

세브첸코씨는 나몰라라 한다지만
내 오랜 사랑 러셀 크로우씨만은 챙겨야겠기에
[로빈 후드]를 보고 왔다.
정신없이 봤으나 뭘 봤는지 지금 기억이 잘 안 나는 [아바타]와 견주면
역시 이런 게 영화(에 가깝)잖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서부터 로빈 후드 전설은 쾌걸 조로와 더불어
활극적 재미와 낭만성으로 나를 매료시켜 온 이야기지만
불만이 하나 있으니 그 무대가 너무 가정적(도메스틱)이라는 사실.
어렵사리 짬내어 행차할 만한 공연이라면 심포니급이어야 하고  
극장영화라면 전쟁스펙터클은 돼야 직성이 풀리는 이즈음
로빈 후드를 대규모 밀리터리물로 변환한 리들리 스콧의 이번 야심작은,
그리하여 승민아빠처럼 집안에서 퍼시픽을 다운 받아 보는 처지도 아니어서
[적벽대전] 1,2편 이후 제대로 된 전쟁스펙터클에 굶주려 온 나같은 관객에게
관람순위 1순위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러셀 크로우의, [글래디에이터]때와 똑같은 표정과 연기도,
그때보다 살짝 더 뭉개진 고깃덩이같은 육신도,
무거운 바리톤 음성도 여전히 좋았고 악당급 배우들의 개성있는 연기,
막스 폰 시도를 비롯하여 적재적소에 배치된 중견배우들의 존재감,
브라이언 헬겔런드의 두뇌가 조합된 리들리 스콧의 연출력,
특히 전투 장면 통제력 등등 모든 것이 맘에 들었다.
부분적으로 아슬아슬한 점들이 없지 않으나, 존 왕이 귀족들과의 약속을
헌신짝처렁 내팽개치고 로빈을 무법자로 규정하면서
우리가 익히 아는 셔우드 숲의 로빈 후드 전설의 출발점으로 봉합하는
세련된 마지막 처리 덕분에 영화는 산뜻하게 마무리된다.
흠이라면 전체적으로 음악의 사용이, 기능적이되 상투적이었다는 점과
또하나, 마리안이 투구 쓰고 전쟁터에 나온 장면.
거기까진 가지 말았으면 했다.
히로인이 케이트 블란쳇이라 할 때 일정하게 믿어지는 만큼 우려하던 바.
그래도 나는 이 영화에서 잘 숙성된 와인의 맛과 향같은,
로빈과 마리안의 로맨스는 좋았다. 저런 경지의 로맨스 표현을 위해서라도
두 배우의 나잇살은 필요했던 거라고 합리화도 해 보게 되고.

[로빈 후드]는 나의 영국 전원에 대한 로망과 중세 로망에 또다시 불을 지펴주었다.
십자군 전쟁 당시 용맹하고 충성스러운 군인이 사자왕 리차드의 명을 받고,
전사한 귀족의 부음을 전하러 잉글랜드의 한 영지로 들어가
아름답고 용기 있는 미망인을 만나며 시작되는,
마침 저 영화와 서두가 유사한 중세로맨스물을 꺼내 다시 읽고 있다.
주인공 이름은 팔레스타인에서 블랙하트라는 이름으로 무훈을 날린 무자비한 전사 Cabal.
그는 버림받은 서자로, 열네 살때 평민인 엄마를 잔인하게 유린한 귀족을
살해한 전력이 있는, 소위 emotionally tortured hero의 범주에 들어가는 남자주인공.
싸울 줄만 알았지 글을 배울 기회가 없었던 그는
레이디의 도움으로 글자를 익혀나가게 되는데 어느 날
아더왕과 원탁의 기사 이야기가 적힌 책에서 자기 이름 케이벌이
아더왕의 개 이름에서 따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등등..

로맨스물 중에서도 중세물은 귀하다.
대세인 파라노말(뱀파이어, 워울프, 발퀴리, 엘프 등 온갖 족속이 등장하는)이나
꾸준히 생산되는 리젠시 로맨스에 비해 공급이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사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시기는 정확히 1066년 윌리엄의 잉글랜드 정복 전후.
(십자군 전쟁과 헨리나 존 왕 시절로 넘어가게 되면 배경이 커지고 플롯이 산만해진다)
한맺힌 서자(말 그대로 배스터드)라는 두 세계에 걸친 신분으로 타이틀도 돈도 없어
오로지 제 몸을 단련하여 용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노르만 기사 내지 솔져가,
윌리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싸운 대가로 이를테면 색슨족 등의 저항이 계속되고 있는
잉글랜드 국경(노섬벌랜드랄지) 지대에 파견되어
반란을 진압하고, 이윽고 봉토와 성주 자격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저항귀족의 딸과 정략으로 먼저 맺어지나 최후에 사랑을 성취하게 되는,
이거 뭐 어디서 많이 듣던 동화같은 내용으로서.. 맨날 우려먹는 똑같은 공식이건만
읽어도 읽어도 질리질 않는 한편으로 많이 읽다보니 정말 잘 된 작품은 또 흔치 않아 늘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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