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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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안드레이 류블로프]

올 들어 [거울]과 [이반의 어린시절]에 이어
지난 5월, 1966년작인 [안드레이 류블로프]를 봄으로써
타르코프스키 초기3부작의 필름감상을 드디어 완료했다.
이 작품을 90년대에 이미 비디오로 본 바가 있다.
이러저러한 영상들 가운데 특히 한 사나이가
기구를 타고 종탑 위로 날아오르다 추락하는 오프닝과
한 소년의 지휘로 마을 사람들이 힙을 합해
종을 만들어 완성하는 마지막 에피소드가
지금까지도 강렬한 잔상으로 남아있던 중..
이번에 비로소 아트시네마에서 이 영화의 구슬 서 말을
한 줄로 꿰어보는 기회를 가졌다.
[안드레이 류블로프]는 그리스 정교회 수사이며
중세의 아이콘 화가였던 안드레이 류블로프의 구도의 길을
열 개 내외의 삽화로 구성한 영화이다.
아름답고 영감어린 많은 장면들 중에서도
주인공의 민중에 대한 이해의 지평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는
이교도 축제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훗날 [집시의 시간]의
성 게오르그 축제 장면의 원형이 아닐까 싶도록
숙연하고도 환상적인 영상이 눈 앞에 펼쳐졌다.
[안드레이 류블로프]의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산맥의 능선을
타기 시작하는 것은 군주들 간의 정권다툼 및 타타르족의 침공,
이어지는 참혹한 살육으로 교회가 유린되는 장면부터일 것이다.
아비규환의 와중에 안드레이 류블로프는
강간 위기의 소녀를 구하려다 살인을 하게 되고
그 후로 그는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리고 기나긴 속죄의 시간, 침묵의 수행으로 들어간다.
세월이 지나 방랑길에 전쟁으로 황폐해진 한 마을에 들른 그는
허풍쟁이 소년의 진두지휘로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해
주물을 떠서 거대한 종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완성된 종이 과연 소리를 낼 것인지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
마침내 뎅그렁하고 종소리가 울려펴지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는 댐이 터지는 해갈의 기쁨을 맛본다.
주의깊게 이 기적의 순간을 지켜보던 안드레이 류블로프는
비로소 15년간의 통한 어린 침묵의 서원을 깨고
극도의 긴장이 풀려 엎드려 울고 있는 소년을 위로하고 칭송하며
다시금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한다.
이 작품은 신앙과 인간과 예술, 이 세 가지 축 사이에
중심을 세우고 구도의 길을 간 예술가의 이야기를 통해
신 앞에 역사 앞에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하는
삶의 방향과 윤리의 문제를 새삼스럽게 일깨운다.
오, 영화 어딘가에서 안드레이의 스승인 희랍의 아이콘 화가 데오파네스는
고통스러운 질문을 던지는 제자에게 이렇게 말했던가.
신의 용서와 인간의 고뇌 사이에 살라고.
깊은 신앙심.. 세월이 흘렀건만 변함없는 영상의 신선함..
영화정신의 지고함.. [안드레이 류블로프]는
백년이 갓 넘은 영화사에서 가장 위대하고 숭고한 예술가 영화가 아닌가 한다.
이러한 작품이 공산권에서 나왔다는 것은 또 너무나 신비하다.
왜 그토록 많은 성화들 속의 성모들이
슬픈 표정을 하고 있었던지 이 영화를 보며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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