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 영화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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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2009년의 영화들, 기대와 소망, 나의 베스트 등

1.
지난 해 우리영화는 정답만 실속있게,
[박쥐]와 [마더], 그리고 [해운대]와 [국가대표]를 보았습니다.
그 중.. 엄마라는 존재가 때로 공권력과도 맞대결이 가능한
하나의 강력한 '시스템'임을 다소 나른하게, 동시에 다소 오싹하게 느끼게 해 준
[마더]가 저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살인의 추억]의 연장선에서
이 영화에서도 스타일화되고 있는, 그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울
봉준호씨 화면의 수상쩍은 목가적 낭만성 같은 것도 오래 남구요.
타란티노의 [바스터즈]라는 영화를 놓친 것이 몹시 후회스럽고..
12월말 가까스로 [아바타]를 보았습니다만 그냥 그랬습니다.
끝없이 지속되는 화면의 운동감에 매혹되었지만
수년 전 제임스 카메론의 영화 규모가 유격전 스케일에서
전면전 스케일로 변모한 어느 시점부터 저는 좀 시들해진 모양입니다.
카메론 영화의 재미의 본질을 전쟁물, 정확히 전투물의 측면에서
찾는다고 했을 때 전투가 이루어지는 공간이 이렇게 확대돼 버리면
서스펜스의 밀도가 낮아지고 맙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에일리언2]나 [어비스] 때같은 집중성이 아직도 그립습니다.
아르테미스 말대로 영화는 그때가 재미있었던 것입니다, 제게도..
[아바타]의 기술력에 대해서 문외한이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마는
영화가 그 무엇이기 이전에 무엇보다도 ‘기술’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는 교육적인 영화임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기술과 관련하여 안타깝게도 저는 이 영화를 볼 때보다,
보고 난 후 이 영화의 기술적 혁신성에 대한 디테일한 해설기사를 읽을 때
더 실감이 나고 비로소 감탄하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2.
한 2,3년전부터 개봉작, 최신작보다
아트영화, 고전영화, 흘러간 영화에 대한 흥미와 심취로
밸런스가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해도 서울아트시네마 상영작 위주로
틈새 영화보기 계획들을 세우고 실행해 보려 했건만..
5월에 데이비드 린의 [인도로 가는 길]을,
7월에 스콜세지의 [라스트 왈츠]를, 그리고
추억의 작품 올리버 스톤의 [도어즈]를 본 것을 끝으로
현실의 풍파에 밀려 하반기 영화생활은 비참해집니다.
달력에 표시만 돼 있고 실행하지 못한 작품들이 아래와 같습니다.
중국 무협의 고전인 [신외팔이] [대취협] [자마]
큰 화면으로 보고 싶었던 [요짐보] [용쟁호투] [이마베프]
그리고 키노 시절부터 귀따갑게 들어온 아르노 데스플레생의 작품들..
그나마 기운이 있던 전반기, 타르코프스키 초기 삼부작인
[거울]과 [이반의 어린시절], [안드레이 류블로프]를 보고
소감문까지 완료한 것이 지난 해 가장 뜻깊은 일입니다.


3.
비고 모르텐슨이 나온다는 [더 로드]와,
또 비고와 에드 해리스, 제레미 아이언스가 나온다는
무슨 서부극, 이 두 작품이 보고 싶습니다.
원래 서부극을 좋아했지만 요새 드문드문 나오는
최신 할리우드 서부극들도 저는 재미있습니다.
작년인가 본 [3:10 투 유마]는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요.
그 음악, 아카데미상감이라고 생각했는데 상을 탔는지 모르겠습니다.
러셀 크로우가 [글래디에이터]때의 표정과 동작을 재생하고 있는
리들리 스콧의 [로빈후드]의 완성과 개봉도 기대 중이며
때마침 아트시네마에서 이번 주부터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프로그램이
시작되나 본데 상영작 목록이 양적으로 질적으로 압도적인 가운데
존 포드 서부극 리스트도 보이네요.  
P&T님의 선택과 집중이 궁금해집니다.


4.
지금 어디선가 상영중이라는 테오 앙겔로풀로스의
[영원과 하루], 그리고 타르코프스키의 [향수]도 끌립니다.
한때 잘난척하는 영화들로 오해되곤 했고
실은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는 작품들이지만,
지금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20세기말 이들이 만들어낸 영상시, 영상철학, 영상스펙터클을
당대에 누리는 것은 정말 고귀한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영화, 이런 영상, 이런 필름을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원하는 저를 발견합니다.
[향수]는 [희생]보다 더,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는 작품이고
[영원과 하루]는 [율리시즈의 시선]과 [안개 속의 풍경]과 더불어
저의 엘레니 카라인드로우 컬렉션을 채우고 있는 오에스티로,
즉 영화보다 음악으로 먼저 접한 작품이에요.
늦가을 그리스의 어느 항구 앞바다 풍경처럼 구슬프고도 예민한
카라인드로우의 음악과 연주를 들을 때마다 그러나,
점점 더 갈망하게 되는 것은 앙겔로풀로스의 영상이더군요.
영상과 음악이 합체되어야 비로소 완전무결해지는 예술작품.
그 접신을 위하여 우리는 오늘도 극장으로, 상영관으로
바삐 달려가야 하는 것입니다.
[황새의 멈추어 선 걸음] [시테라섬으로의 여행] 등 지나간
앙겔로풀로스의 작품들과, 또 2000년대 이후 만들어진 그의 신작도
디비디라도 좋으니 구해다 볼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5.
2009 저의 영화 베스트는
뜻하지 않게,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그것은 12월 마지막주 어느 날 저녁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어
뛰쳐나가 본 조셉 맨케비츠의 47년작 [유령과 뮤어부인]입니다.
속세를 떠나 은둔하는 여주인공이 저택과,
저택의 주인이었던 유령과 사랑에 빠지는 이 이야기는
뭐라 해야 할까, 제가 날이면 날마다 자빠져 읽고 있는
로맨스물의 원형이고 전범이고 이데아이고 에피토메인,
바로 그런 영화였던 것입니다.
화이트클리프라는 고장의 외딴 저택 걸코티지라는
공간적 배경부터 해서 지극히 아가사 크리스티적인 세팅에
브론테 자매의 터치를 황금비로 배합한 듯한,
제가 그려오던 완벽하게 로맨틱한 러브스토리가 아닌가요..
이 영화는 미스테리와 러브스토리의 버무림이라는 점에서
얼핏 뒤모리에/히치콕의 [레베카]를 연상케도 했는데
결정적으로 제가 [레베카]에서 불만스러웠던 캐스팅의 문제(존 폰테인),
혹은 원작속 여주인공의 나약해 보이는 캐릭터 문제(캐럴라인)가 여기엔 없습니다.
[유령과 뮤어부인]에서 진 티어니라는 배우가 연기한 뮤어부인은
너무나 아름답고 너무나 지혜롭고 너무나 사랑스럽습니다.
허풍이 좀 세지만 남성적인, 뱃사람 출신 유령 역의
렉스 해리슨과도 참 잘 어울리구요.
영화 중간쯤 되면 둘 사이에 실존하는 매력적인 한 남성이 등장하면서
삼각관계가 형성되는데 여기서 여주인공은
사람이냐 유령이냐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되지요.
저는 이 영화에서 궁극적으로 로맨티시즘이 손상되지 않으면서
말이 되는 해피엔딩이 가능할는지, 그렇다면 그것은 대체
어떻게 유도될 수 있을는지 두근거리며 지켜보았는데
순리에 따르는 단순하고도 간결한 해법을 통해,
심금을 울리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존재가 고갈된 세모의 제게 큰 기쁨과 행복을 안겨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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