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 영화로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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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re] [형사] 오프닝씬




>72년작 [형사]는 멜빌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여기서 형사 콜망 역의 알랭 들롱은 [암흑가의 세 사람]에서와 달리
>콧수염을 깨끗이 밀고 나온다. 그래서인지 그의 마스크는 충격적으로 공허하다.
>나는 그가 콧수염이 있을 때가 훨씬 안전한 이미지였다고 기억한다.  
>[형사]는 프랑스 배우의 대명사인 알랭 들롱과
>이브 생 로랑의 옷을 입힌 카트린 드뇌브,
>클럽쇼와 재즈 등 당시 유행코드를 적절히 활용한 영화이면서
>후반부에 헬기에서 열차로 접근, 마약을 강탈하는 범죄 장면은
>[암흑가의 세 사람]의 보석강탈 장면과 동일한 원리로 극단적 디테일에 집중한다.
>내가 이 영화에서 절대 잊을 수 없는 한 가지는 오프닝씬이다.
>극도로 일기가 불순한 한 지방도시의 해변도로가 스크린을 채운다.
>짙은 안개로 한 치 앞이 안 보이고 오직 거센 비바람소리와
>사나운 파도소리만 들려오는 가운데 중절모를 쓴 네 명의 갱이
>차를 대기시켜 놓고 인적없는 해변가 대형아파트 1층 모퉁이에 위치한
>마감 직전의 은행을 털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모든 것이 잿빛인 가운데 이따금 지나가는 차량의 라이트와
>빗물진 아스팔트의 마찰음, 오늘날 BNP PARISBAS로 알려진
>알파벳으로 ‘파리국립은행’이라고 쓰인 초록의 네온광선,
>이런 것이 어우러져 안겨주는 강렬한 느낌을 지우지 못해
>집에 와서 영화 제목과 생 장 드몽이라는 이 로케이션지 이름을
>구글에 넣어 몇 시간을 검색하며 그 이미지를 찾아보려 애썼다.
>결과는, 프랑스의 대서양변 휴양지로 바캉스 시즌에 붐비는 그 도시의
>세상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렇고 그런 해수욕장의 모습만
>몇 장 건질 수 있었을 뿐 그러한 기후와, 그러한 조명과, 그러한 각도와,
>그러한 생략과 암시와 효율적 동작의 문법으로 이루어진,
>그러한 톤과 아우라의, 바로 '그' 영화장면은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유일한 이미지가 사는 집은 오직 그 영화, 그 필름 속인 것이다.  
>이런 사실은 우리로 하여금 영화를, 필름을,
>영원히 안타깝고 그리운 그 어떤 것으로 여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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