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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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름    김주향
제 목    토니 팔머의 바그너 10부작(1983)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
토니 팔머 감독의 바그너 10부작을 보았다
80년대 초에 TV시리즈로 제작된
총 8시간에 이르는 대하드라마
바그너가 코지마의 생일 아침
오케스트라 단원을 집안에 들여
계단에서 지그프리트의 목가를
서프라이즈로 연주해 잠을 깨우는 장면을 보니
언젠가 TV에서 방영을 해 주었던가 아니면
비스콘티의 [루드비히]에서도 유사한 장면을 본 듯하다
한글 자막도 영어 자막도 없고
이탈리아어 자막이야 무용지물
영어 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어
위키 등 바그너의 생애가 상세하게 나와 있는
지식사전을 훑어보고 오니 도움이 되었다
바그너의 드레스덴 시절부터 시작하는 이 드라마는
다음과 같은 주요 에피소드들이
대체로 시대순으로 전개된다
드레스덴 궁정 악장 시절
베토벤 합창 지휘
부인 민나와 생활고
혁명 가담
스위스 취리히 망명
쇼펜하우어 읽기
마틸데 베젠동크와의 스캔들
베니스행과 트리스탄의 숙성
반지 대본 낭독
파리에서 탄호이저 상연 대참사
바그너 ‘인생의 로또’인 바이에른 국왕,
루드비히 2세의 뮌헨 초대와 후원
스위스 루체른 호숫가의 트립셴 생활
코지마 폰 뷜로우와의 합법적 결혼
니체와의 교류
바이로이트 축제극장 건립 및 반지 초연
파르지팔과 베니스에서의 죽음까지

바그너 생애의 이동 동선인 유럽 곳곳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따라간 로케이션과
비토리오 스토라로의 촬영이 근사한 반면
편집은 우당탕 아쉬웠고..
캐릭터들 중 바그너의 첫 부인 민나 역, 그리고
코 앞에서 벌어지는 아내와 바그너의 불륜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돈이 없고 빚이 많은 바그너에게
후원을 아끼지 않은 수수께끼같은 눈빛의
극도로 우울한 남자, 오토 베젠동크 역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코지마 역의 바네사 레드그레이브는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역할상으로
바그너의 강한 캐릭터에 눌려 있었고
주인공 리하르트 바그너를 연기한 리차드 버튼은
장시간 열연에도 불구하고 끔찍했다
일단 극 초반의 바그너를 연기하기에
너무 늙은 나이였다는 점과 별개로
회차가 거듭될수록 버튼은
바그너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았다
생전의 바그너가 고집스럽고 이기적이며  
또 계산적이고 오만한 사람이었음은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극에서 재현된 모습마저 그게 전부라면,
게다가 시종일관 평면적인 인물이라면 실망스럽다
인간적 결함과 다른 차원에서
그가 생산한 음악의 비범함을 생각할 때
이 두 개의 차원이 서로 스며드는 과정이
좀 더 섬세하게 표현될 수는 없었을까
인간 바그너의 외연을
대규모 스케일과 물량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와중에 음악인 바그너의 에센스를 잡아내는 것은
이다지도 어려웠던 것이다
다행히? 바그너를 제외한 주변 인물들에 대한
드라마의 시각은 비교적 자유롭고 풍자적이어서
보는 맛과 쾌감이 있었다
지휘자 한스 폰 뷜로우, 한스 리히터,
프란츠 리스트, 프리드리히 니체..
하나같이 어쩜 이리 찐따처럼 그려지는지..
풍자의 극치는 역시 루드비히 2세..
그러나 열렬한 바그너 애호가였던 이 미친 국왕의
기행과 복잡한 정신세계에 관해서라면 일찍이
루키노 비스콘티가 더 잘 그려내었다고 생각한다
드라마의 깨알 재미로
나이트 작위를 가진 위대한 연기자 세 분이
루드비히 2세의 각료로 등장해
심지어 한 화면에 잡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슨 세쌍둥이처럼 각각의 이름이 pf로 시작되는
랄프 리차드슨과 로렌스 올리비에와 존 길거드 경


게오르그 숄티가 맡은 음악은
오프닝의 강력한 지그프리트의 죽음에서부터
탄호이저 로엔그린 트리스탄과 이졸데
니벨룽의 반지 마이스터징어 파르지팔 등의
귀에 익은 주요곡들이 화려한 라인업을 이루는,
바그너 관현악 하이라이트 모음집 같은 느낌이었다
그중에서도 라인의 황금의 니벨하임 사운드,
발퀴레 1막 전주곡, 트리스탄과 이졸데 3막 전주곡
이 세 곡은 원래도 무시무시하게 파워풀한 곡들이지만
드라마의 주요 국면마다
마치 바그너 악극에서의 라이트모티프처럼 반복되어
잊을 수 없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페터 호프만과 귀네스 존스가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부르는
당대의 실제 가수로 등장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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